사람을 나아가게 만드는 건 가능성이다.유리는 그 말을 곱씹으며 다만 오래 비웃었다.아니라고.사람을 자빠뜨려 끝없이 헤매게 만드는 게 그 망할 가능성이라고.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어머니의 눈빛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평범함을 위해 발버둥 친 자신의 삶에 그렇게 새겨져 있었다.그날 밤, 폭격이 있었고 아마 그 순간부터 유리의 언어는 뒤틀렸다.희망은 암흑으로, 권태는 일상으로, 추억은 아픔으로.의미는 기억하지만 체감할 수 없는 언어의 파편은 이따금 유리를 찔렀다.빛나는 조각이 낸 상흔이 너무 아파서 유리는 때론 숨죽여 울었다.과거의 어느 날을 끝없이 여행하는 어머니의 옆에서, 자장가를 부르며.누구도 대신 아파해줄 수도, 대신 미워해 줄 수도 없는 기이한 슬픔은 들여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그래서 유리는 다만 웅크려 눈물만 뚝뚝 흘렸다.눈물이 버적버적 말라버릴 때까지 울다가 어머니를 깨웠다.그 주름진 뺨에 입을 맞추며 하루를 깨웠다.가혹하리만치 변함 없는 내일이 또 주어졌으니까.그럼 자신은 충실히 그 흐름에 응할 뿐이었다.<br><br>"이제 거처를 슬슬 옮기죠."<br><br>"..."<br><br>"요양 시설에 계속 계시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br><br>"전, 상관없는데요."<br><br>"저희 정부에서 이곳보다 더 좋은 시설을 마련해서 그렇습니다.유리 씨 같은 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케어해드릴 수 있는."<br><br>"...그곳이 어디길래요."<br><br>"남극에 있습니다.아티카 연구소라고."<br><br>저를 그냥 구역민들이 사는 곳으로 보내주시면 안될까요.저 정말 보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데, 평범하게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은데.유리가 입술을 달싹였다.피곤에 찌든 저 연구원 앞에서는, 아니 세상 그 누구에게라도.내뱉어서는 안되는 오랜 바람이었다.정부는 언어희귀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철저히 통제하려고 노력했다.그야 당연했다.언어희귀자는 현 정부의 모순을 관통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단일화, 효율화, 중앙통제화.정부의 단호한 축에 맞춰 재단된 세상에서 밀려난 것들이 무엇인지 그들은 존재로 보여줬으니까.정부는 하나의 엄중한 축에 따라 전쟁 이후의 무너진 세상을 재건했다.기준에 맞는 것만 품었고 맞지 않는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게 옳은 방향인지, 혹은 틀린 방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때는 다 생존에 급급했으니까.유리는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할 수 있었다.이따금 자신의 민족을 생각하면 온 마음이 먹먹했지만.무엇 하나 경시하지 않았던 그들의 말간 눈동자를 생각하다 보면 가슴이 들끓었지만.서로 물고 뜯고 증오한 과거는 다 지워버리자는 희망찬 연설을 들으면 비명이라도 크게 지르고 싶었지만.남을 단죄하기에는 삶이 너무 소중했다.폐허만이 남은 초라한 처지라도, 그게 세상이 제게 준 몫이라고 해도, 그곳에 움막이라도 지어 살아내고 싶었다.하지만 정부는 그럴 기회를 쉽사리 주지 않았다.도리어 자신을 붙든 목덜미를 더 거세게 움켜쥐었다.그 방법이 효율적이었으니까.효율, 효율, 효율.입버릇처럼 말하는 두 음절이 유리에게는 재앙이었다.정부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언어희귀자라는 용어로 구분했다.전속적인 관리를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용어 속에 그들을 가두기 위함이었다.그다음 일은 너무나도 쉬웠다.정부는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언어희귀자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기 얼마나 힘겨워하며 그들이 초래하는 사회적 물의와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 강조했다.언어희귀자들은 효율적인 사회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였다.그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관리가 필요한 어머니 말고도 요양 시설에 하나둘씩 언어희귀자들이 오기 시작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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